우리나라 고전음악 판소리는 현재 다섯 마당만 전해오지만, 원래 열 두 마당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히 알고 있듯이 18세기 그 주제나 표현 등이 유저적 관습과 맞지 않다 하여 신재효 선생이 다섯 마당만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현재 전해져 오고 있는 판소리 다섯 마당은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적벽가 다섯 마당이다.
판소리 다섯 마당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판소리 다섯 마당의 공통점
판소리 다섯 마당의 공통점으로 첫째, 판소리 적벽가를 제외한 모든 판소리가 민간의 설화나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설화나 민담이 그 기반이나 그 속에는 민초들의 힘겨운 생활, 인물 간의 갈등과 대결이 꽤나 흡인력 있게 전개되고 있다.
둘째, 판소리 다섯 마당은 현실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으나 그 속에 해학이 반드시 존재한다. 현실의 갈등은 정절을 잃을 위기를 만들기도 하고, 간을 빼앗길 위기 상황에 몰아넣기도 하고, 싸움터에서 죽음을 맞이할 상황을 연출하는 등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으나 이를 극복하고 헤쳐 나가는 데는 때로는 언어유희, 재담, 비유, 육담 등 웃음이 나는 상황도 존재하는 것이다. 셋째, 판소리 다섯 마당의 각각 내용에도 각 부분별 독자성을 가진다. 춘향전의 경우만 해도, 완창에 길게는 8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각 소리꾼들은 부분적으로 부르기도 하고, 짧게 개작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각 부분으로도 독자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넷째, 판소리 다섯 마당은 그 주제들이 다 이중적이다. 대표적인 춘향가를 살펴보면, 그 주제는 정절이라는 유교적 관념이지만, 그 바탕에 깔린 것은 양반과 양반사회에 대한 서민층의 저항의식이다.
이는 18세기 조선사회의 변화된 시대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 첫 번째 마당 춘향가
판소리 다섯 마당 모두 유명하지만 그중 제일 유명한 판소리는 단연 춘향가라고 생각한다. 영화로도 수 없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책으로도 원본 그대로, 때로는 각색되어 출판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문학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연극적 구성적으로도 판소리 다섯 마당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춘향가는 조선 영조 때 <만화집>이라는 책에 사설이 있고, 같은 시대에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숙종 때부터 있었을 것이라 추측은 하나 확실한 기록은 없다.
앞서 말했듯 춘향전은 열녀의 이야기이나, 이 속에는 민중 계급의 양반 계급에 대한 저항 정신이 담겨 있기도 하다.
춘향가는 광한루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대목, 이몽룡과 춘향이 사랑을 나누는 대목, 이별하는 대목, 춘향이 옥에 갇힌 대목, 이몽룡이 장원급제하여 옥중 춘향을 만나는 대목, 어사출도 대목까지 크게 여섯 대목으로 나뉘는데 이렇게 짧은 글로 옮기는데도 하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판소리 두 번째 마당 심청가
판소리 다섯 마당 모두 마찬가지지만 역시 언제 판으로 짜졌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순조 때나 일제강점기의 기록으로 미루어 이미 영조 때부터 판소리로 불렸으리라 짐작된다.
심청가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유독 슬픈 내용이 많아 계면조 가락이 주를 이룬다.
심청가는 곽 씨 부인의 어진 행실과 심청이의 출생, 심봉사의 젖동냥과 공양미삼백석 시주약속, 인당수에 빠지는 심청, 황후가 되는 대목, 심봉사가 눈뜨는 대목으로 나누어진다. 전체적으로 구슬픈 내용이나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낸 심청이와 심봉사는 함께 만나 아버지의 눈까지 뜨게 되니,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권선징악이 극대화되어 극은 엇중모리장단 뒤풀이로 막을 내린다.
판소리 세 번째 마당 흥부가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세 번째 마당 흥부가는 어릴 때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음직한 이야기이다. 다친 새를 고쳐주면 진짜 박 씨를 입에 물고 와서 은혜를 갚는 걸까? 흥부가는 춘향가, 심청가와 함께 3대 판소리의 하나다. 세 판소리 중 가장 토속성이 짙은 작품으로 꼽히기도 하고, 재담이 풍부해 청중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판소리 이기도 하다. 많은 자식을 다 건사하지 못해 형님네 집에 밥을 구걸하러 가서 온갖 수모를 당해도 이것을 묘사하는 아니리에는 슬픈 장면임에도 웃음이 나오는 해학이 넘친다.
판소리 네 번째 마당 수궁가
판소리 다섯 마당 중 네 번째 소개해 드릴 수궁가는 동물들이 의인화되기 때문인지 다른 판소리 마당보다 희극미가 넘친다.
판소리 수궁가는 <토생전>, <별주부전> 등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만든 것으로 토별가 나 토끼타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앞서 말한 의인화된 주인공들이 나오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한 해학과 풍자로 가득하다. 여러 기록에 언급되는 내용으로 보았을 때 수궁가 역시 판소리 다섯 마당의 다른 판소리들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궁가 역시 마찬가지 용왕의 약으로 쓰일 토끼의 간을 가지러 육지로 나간 별주부를 보아 이것은 충(忠)이 그 주제로 보이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양반사회의 허위의식과 봉건질서의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감 없이 그려진다. 자기의 꾀로 죽을 고비를 넘긴 토끼에게 보내는 안도의 박수는 힘겹게 살아가던 민중들 스스로를 향한 박수가 아니었을까 한다.
판소리 다섯 번째 마당 적벽가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유일하게 민간 설화에서 시작된 작품이 아니다. 판소리 적벽가는 중국의 <삼국지연의>중 유비, 관운장, 장비의 도원결의 부분에서 시작하여, 대패하여 도망가는 조조를 관운장이 살려놓아 주는 대목까지를 줄거리로 하고 있다. 다만 그 속의 여러 대목들은 <삼국지연의>에 없이 우리 소리꾼들에 의해 오랜 시간 창조되고 전승되어 온 더늠이다.
적벽가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수궁가 다음으로 짧지만, 가장 어려운 소리로 꼽힌다고 한다.
맺으며
우리나라 고전음악 판소리 다섯 마당은 조선 시대부터 전해져 오는 우리 민족의 오랜 정서가 녹아있는 전통음악이다.
그 시작이 명확하게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민중 속에서 모든 문화적 요소들이 얽히고, 엮여서 그 주제는 충, 인, 예, 효나 지배층에 대한 저항의식 등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이 포함된 우리의 전통 음악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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